
워낙에 TV판 때부터 이 작품의 설정은 안드로메다행이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세부적인 설정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좋아하는 전차가 날뛰는 장면을 치밀하게 설계된 영상을 통해 감상하는게 제일-
애시당초 작중에 등장하는 차량들은 성능 때문이 아니라 차량의 인지도와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ㅇㄱㄹㅇ 에 의한 거라
실제 전투 방식이나 월탱적 느낌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됨요 'ㅅ';;
두 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복잡한 정황을 처음부터 풀어내기엔 지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미즈시마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전차들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장면을 구상하는 것-
TV판부터 그래왔지만 화면에 잡히는 전차들의 얼짱각도(?)를 뽑아내는게 목적인 작품입니다
전차들의 멋드러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를 맞세우고, 세력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이유를 갖다 붙이죠
교전거리가 비정상적으로 짧으면서 영문을 알 수 없는 근접 추격씬이 많은 것도
한 화면에 조금이라도 다수의 차량을 집어넣기 위해서입니다
전차의 박력을 우선하고 있는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이 작품의 매력은 그만큼 반감될 수 밖에 없음요 'ㅁ'
전차를 우선하는 방침 때문에 원래 각각의 캐릭터 설정은 상당히 얕게 만들어져있었으나
TV판의 호응 덕분에 주연 인물의 뒷배경은 좀 더 구체적이 되었고 극장판에서는 그런 설정이 개그적인 장면에서 적절히 활용되고 있죠
대신 TV판에서 출연이 없었던 치하땅이나 계속 고교 쪽의 캐릭터 설정이 빈약한 부분은
극장판 서두의 액시비젼을 통해서 적당히 보강하고 실질적인 부분은 본편의 실전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미즈시마 감독의 역량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 여기인데 TV판에서 전혀 출연이 없었던 캐릭터들이
초반의 몇 컷만으로도 그 성격을 파악하는데 충분하다는 점이죠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가 성장하고 있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부분이 대단-
또한 TV판의 설정이나 극장판 곳곳에 뿌려놓은 떡밥들을 교묘하게 회수하면서
...사실상 감독이 하고 싶은 폭주는 전부 저지르고 있단 말이죠 =ㅂ=;;
구구절절한 설명없이 장면 몇 개로 캐릭터들을 납득시키는 능력은 TV판에서도 익히 드러나는 점이지만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런 부분이 훨씬 잘 드러납니다
캐릭터보다 전차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부분은 TV판, 극장판 공히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것이
종반에서 캐릭터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아주 말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극히 대사량이 줄어듭니다
오히려 전차들은 최종 스커미시에 이르러 더욱 격렬하게 주포를 쏘고, 장갑이 울리고, 궤도가 비명을 지르죠
이 순간 캐릭터들은 탑승하고 있는 전차와 거의 동화되어서 그 일부분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안에서 탑승 전차가 바뀌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탑승 차량이 바뀌는 일은 매우 제한적인데 그 경우는 쿠로모리미네나 대학선발팀이 보여준 것처럼 전력의 은폐를 목적으로 하거나
비슷한 연유로 논나의 스테이터스를 감추기 위해서 전용 차량인 스탈린이 아닌 T-34-85를 타고 있었던 부분,
생도회 팀이 38t에서 햇처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뿐이었습니다
거북이팀은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햇처로 변경될 예정이었던 것 같구요(외견상 거북이 형상에 가까우니)
사실상 차체는 바뀌지 않았으니 차량이 변경되었다고 보기도 애매하긴 합니다
아귀팀의 D형이 H형으로 개조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좀 특수한 경우는 안치오팀이 전부 카를로 벨로체 1량에 타고 나온 부분인데...
안치오는 아마도 이탈리아의 안습함(...)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상징으로서 카를로 벨로체가 나온 모양이고
거기에 안치오 3인방을 전부 어거지로 밀어넣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량 성능 이상의 활약을 했으니 나름 세이프?
아무튼 차량이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가 차량과 동일화한 상태이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줄창 그 차량으로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필연인 겁니다
따라서 차량을 바꾼다는 발상은 애시당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에 가깝죠<-
이제는 4호전차 아닌 아귀팀을 상상할 수 없고, 처칠이 아닌 다즐링을, 티거 아닌 마호를 상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걸판이라는 작품 안에 전차가 등장하는 부분마다 한번 영상을 멈춰놓고 스샷을 찍어보세요
그게 전투 중이건, 일상의 배경이건, 심지어 격파된 장면에서도
주인공이거나 주인공이 아니거나 상관하지 않고, 단독으로 나오건 단체로 나오건,
매력적인 전차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장면 구성과 구도를 얼마나 치밀하게 잡았는지-
이건 전쟁물도, 게임도 아니고 전차의, 전차에 의한, 전차를 위한 영상물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될 겁니다
극장판은 거기에 더해 영상의 크기와 더욱 디테일해진 외견, 그리고 무지막지한 사운드까지 버무려서
큰 화면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소리 안에서 실재하는 전차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잡다한 생각은 모두 내려두고 전차만 보면 충분합니다 'ㅂ'
덧글
ADHD를 연상시킬 정도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크루세이더, 언제나 출렁거리는 홍차..
그러면서 정작 차 밖에 나오면 얌전해지는 갭이..
더 이상 말이 필요없죠...넵
천하의 크리스티식 우습게 보지 마!!!!
보는 내내 어느분께서 행복해 하실듯한 표정이 참........ 이럴때는 한다면 하는 걸판제작진인데....ㅋ
잘 버무린 것에 있지 않나 하고 생각됩니다.
전차를 구경하는데 방해되지 않고 잘 어울린달까요 ㅎㅎ
이래저래 극장판은 기대중인데.. 극장에선 역시 힘들거 같단 생각이 ㅠㅠ.. 아무래도 곧 여름이라 신작이 쏟아져 나오기도 할 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