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코레에서 구축함 아키츠키를 두고 흔히들 '거지'라고 부르며
덩달아 같은 함급을 '거지 시리즈', '거지 자매'로,
주 무장인 10cm연장고각포+고사장치를 '거지포'라고 부르는데
어쩌다 아키츠키급 구축함들에게 거지 속성이 붙게된건가?
주로 활동한 시기가 일본제국해군이 암울했던 전쟁 후반기라서?
보급도 제대로 못 받고 굶주려가며 싸우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러나 아키츠키형이 준공이 끝나 실전에 투입된 시기를 보면 이러한 판단은 의문점이 남는다

이 시기는 미드웨이 해전이 막 끝난 시점(42년 6월 6일)이었다
아키츠키의 전급은 유우구모형 구축함이고, 이 다음으로는 시마카제형이 이어지는데...

현재 칸코레에 실장된 구축함 등급 가운데 가장 준공이 늦은 함급은(구축함 개별 준공과 다름) 이 시마카제형이다
43년 5월 10일이 준공으로 저 위의 아키츠키에 비하면 1년이 늦은 아들 군번인 셈-

하츠즈키의 준공일은 42년 12월 29일로 아슬아슬하게 42년도에 머무른다
이 당시의 주된 전장은 과달카날 해역으로 미국이 전선의 주도권을 쥐고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으나
일본이 완전히 철수하기까지는 아직 2개월이 남아있던(43년 2월 철수) 상태-
태평양 전쟁은 미드웨이 해전 이후로 일본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지만
가장 큰 사건은 아무래도 43년 4월에 있었던 야마모토 제독의 전사인데
그 시기를 정확하게 터닝포인트라고 하긴 어렵다 하더라도 그 이전의 시기를 태평양 전쟁 후반부로 볼 수는 없는것 아닌가?
여담으로 아키츠키형 2번함 테루즈키는 하츠즈키가 준공되기도 전인 42년 12월 12일,
과달카날에서 수송작전을 수행하다가 어뢰정에게 격침되었다
따라서 테루즈키에 한정한다면 실상 44년~45년의 극도로 암울했던 일본군 사정은 알지도 못하는 셈-

이 유우구모형 최후의 구축함인 키요시모의 준공일은 44년 5월 16일로
아키츠키에 비하면 2년, 시마카제보다는 거의 1년 가량 늦게 준공되었다
아키츠키-시마카제-키요시모의 순으로 할아버지-아버지-아들 군번이 되는 모양새-
그러나 44년에 준공된 키요시모, 하야시모를 두고 거지라고 하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고
유우구모형에게 거지 속성이 있다는 해석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시기로 따지면 아키츠키형의 준공일이 아니라 전몰일이 더 가까운 구축함들인데 말이지 =ㅅ=

아직 칸코레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마츠형 구축함들이 그것-
최후의 양산형 구축함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자란 숫자를 그야말로 겨우 구색만 맞추어 찍어낸 물건들로
이미 모든 물자가 말라가고 있던 시점에 등장한 구축함들이니 굶주리는 거지 속성을 붙인다면 오히려 이쪽이 타당할 듯-
마츠형 구축함 1번함 마츠는 준공일이 44년 4월이니 5월에 준공된 키요시모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듯 한데...
'거지' 속성은 무려 2년이나 전에 준공된 아키츠키가 갖고 있으니 뭐랄까 -ㅅ-;;
뭐, 아키츠키형의 후기형인 후유츠키형 구축함이라면 이 시기에 준공된 구축함이 있으니
어거지로 갖다 붙인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식의 해석이라면 왜 유우구모형은 아무 언급이 없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DC에서 시작된 것 같긴 하다만) 현재 아키츠키형을 거지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고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니
나름 납득할만한 건수가 무엇이었을까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다
1. 아키츠키의 시보
아키츠키개의 정오 시보에 '니기리메시(주먹밥)'와 '다꾸앙(단무지)'이라는 상당히 단촐한 메뉴가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아키츠키의 못먹는 속성이 붙은 것으로 보임
거기에 저녁밥은 보리밥에 단무지, 통조림, 된장국을 '호화로운' 식단이라고 하니 어 음... -_-;;
이런 소박한 분위기는 아키츠키 뿐만이 아니라 테루즈키, 하츠즈키 공통의 것으로
부실한 식사를 소중히 대하는 아키츠키형 구축함 공통의 마인드가 '못먹고 못산' 속성으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근데 테루즈키 너는 그렇게 어려운 시대를 겪은 것도 아닌데 누굴 닮아서 그리 검소한 것이냐(...)
...따지고보면 칸무스의 대사를 만드는 것이 다나카스이니
전쟁 초반부터 후반까지 2년 이상 활동한 구축함에게 느닷없는 오해를 사게 만든 원흉은 결국 다나카스... 개객끼
갑자기 멀쩡한 구축함들에게 왜 이상한 속성을 부여한거야 이놈은 -_-
나중에 마츠급 나오면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려고?
2. 실속없는 무장
10cm연장고각포가 양용포로서의 성능은 나쁘지 않았으나 내구도에 결함이 있어서
그 때문에 야전에서 직접 포신을 교환하는 방식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무슨 기관총열도 아니고 엄연한 주포를 대충 끼워서 맞출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무위키에는 예비포신을 들고는 다녔는데 못 끼웠다고 나와있으나
일본 위키피디아의 10cm연장고각포 설명에서는 아예 예비포신의 탑재를 안 한 것으로 나온다
애시당초 위키에 정확도를 따지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위와 같이 대놓고 상반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므로
주장의 근거로 삼을 때에는 신중하게-
아무튼 연사력이 생명인 고각포가 겨우 350발만에 주포를 환장해야 한다면 확실히 문제일 것-
거기에 고도를 고속으로 움직이는 항공기는 직접 조준이 어려우니 사격통제장치인 고사장치가 필요한데
총 2개 달려있는 고사장치는 뒤의 것은 겉껍데기만 있어서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함수쪽의 하나 뿐이었다
고사장치 하나 당 1대의 항공기와 교전할 수 있으니 주포의 성능에 비해 대공능력은 한계가 명확했던 것
거기에 구축함치고는 큰 덩치, 빈약한 대함공격력 등은 신예 구축함이라고 하기엔 실속이 없어보이게 만들기 충분했을 듯-
...그렇다고 '거지'라고 불릴 정도까진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허당은 허당이니 -_-
애니메이션 칸코레에서 나카짱이 '칸무스의 생명은 강력한 개성 부여'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숱한 경쟁자가 널린 칸코레 안에서 어떤 특징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확실히 인지도면에서는 장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성 부여를 위해서 너무 심한 과장이 들어간다면 오히려 오해의 여지가 있으니
무작정 다른 이들이 부르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특정 커뮤니티에서 부여하는 별칭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상한 선입견이 자리잡기 좋은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키츠키형 구축함의 경우 프로듀서가 의도적으로 선정한 대사 몇 마디가 그대로 정착이 된 케이스인데
이 경우는 실제 역사 안에서의 기준과는 아무 상관없는 작위적인 개성부여이므로-
즉 건조 연도 기준도 아니고, 활동 연도 기준도 아니며, 실제 역사적 전황과 아무 상관없이,
일본군은 종전에 가까워지면서 너나할것없이 굶주렸으니 그것이 아키츠키형만의 문제는 아니고
무장이 부실한 것도 일본군 전반적인 고질병이었으니 그것도 원인이 되지는 못한다
깊이 따지고 들면 전부 문제였고, 일부에 국한시키려고 그래도 아키츠키형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이미 아키츠키에게 이상한 별명이 붙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고
별명이 꼭 모든 진실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니 중요하지도 않지만
기왕이면 좀 더 정확하게 알고서 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남이 말하는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이상한 부분을 확인하고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이득일테니-
덧글
빈곤 속성을 붙인 만화가 연타로 나오니 이젠 뭐 빼도 박도 못하는..
무려 야마토 전함도 특공 당일 메뉴가 소고기 통조림 아니였어요?
전쟁 후기에 쪼들린 건 아키츠키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실질 쪼들린 시기에 태어난 함선들 전부 빈곤 속성도 아니고
결국 따져보니 프로듀서의 작위적 설정이 캐릭터를 저렇게 만들었다는 결론인 겁니다
1934년경 미국은 제1차 해군확장법(빈슨 트람멜법) 1938년경 제2차 해군확장법(빈슨법)
등등 4년마다 일본 해군만큼의 함대를 찍어내는 법안을 내놨죠.
그거 따라가려고 함선 건함 하다보니 민간 생산력이 바닥났다라고 봐야.
일본 고유의 전통이였지만. 1930년부터 극심했어요.
미국의 해군 확장을 따라가려고 마루이치 계획,마루니 계획,66척 생산계획,80척 생산 계획 계속나오다가
1940년에는 포기하게 됩니다. 그후로는 임시 계획밖에는 안 나왔습니다.
미국의 건함 계획에 대항해서 허풍을 칠만한 서류상의 조작조차 못하게 된거죠.
빈곤 속성을 붙이려면 아예 마츠급처럼 완전 후기형 구축함들(44년~45년)이라면 또 모를까
전쟁 전반기~중~후반기까지 싸운 아키츠키급에게 붙이긴 이상하다는 겁니다
준공 시기를 기준으로 삼으면 제대로 된 가난과는 한참 멀어지고
마지막으로 활동한 시기가 기준이라면 다른 후보들이 더 유력하고요
결국 원인은 칸코레 시보쪽이 제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건 결국 다나카스의 작위적 설정에 가깝다는 결론입니다
시보+대사 작성자가 다나카 본인이라서
미국등을 따라가기 위한 무리한 군비확장으로 말이죠.
전체적인 일본 경제가 빈곤한 것이
특정 칸무스의 빈곤 속성이 될 수 없다는 뜻이거든요
일본 경제 전체를 주제로 삼는다 하더라도 개전초기의 비축분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와
44년 후반기 이후에 해상수송이 거의 막혀버린 시기의 분위기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추측합니다. 원래 함선의 활약시기나 장비적 현황 등등이랑 별개로 말이죠.